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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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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의 겨울풍경

작성자 공병임(ip:)

작성일 2010-01-23 01:04:27

조회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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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12월로 접어들면서 눈 내리는 풍경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는 약속은 사람 맘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한데 지난밤에 내린 첫눈은 정말 온 세상을 동화처럼 만들어 놓았다.


앞산과 들판이 모두 눈 속에 묻혀 설원이 됐고 , 우리 집 장독대도 눈 내린 풍경화에 한 몫을 하고 있었다. 내가 화가가 아닌 것이 못내 섭섭할 정도로 아름다운 정경은 산골에 사는 이에게 덤으로 준 신의 은총이리라.


참으로 오랫동안 마당가를 서성이다 들어오니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눈 때문에 마비된 도시의 도로를 비추고 있었다. 옷깃을 한껏 여민 채 종종걸음으로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굳어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 문화에서 아랫목과 화로가 사라진 때문에 개인주위가 팽배 한 거라고. 화롯가에 모이지 않아도 아무 때나 주고받을 수 있는 휴대폰이 있어서 사람들은 외로운 거라고. 역설적인 것 같지만 그 말도 일리가 있다.


아침 설거지를 끝내고 커피 대신 솔잎 차를 끓였다. 실내에 솔 향기가 그윽하고 창으로 바라보이는 눈 내린 풍경이 더없이 정겹다.
올 봄 백마산에 가서 뽑아온 솔잎을 가지고 솔 술과 솔잎 차를 항아리에 담았었다. 산골 우리 집에 손님이 오시면 솔잎 몇 송이 찻잔에 띄워 차를 내기도 하고 , 새참 무렵에 오시는 이에겐 삶은 고구마 와 땅속에 묻어둔 잘 익은 동치미를 내기도 하여 촌스런 상차림을 하는데 오히려 다들 좋아라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근심 걱정 없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맘에 여유마저 없다면 얼마나 녹녹치 않은 시간을 붙들고 살까.

나도 이제 눈 때문에 꼼짝없이 사나흘 출입이 어렵게 됐다. 이런 날 좋아하는 이의 시집 한 권 읽어보며 겨울나기에 나이테를 보태고 있다.
설야
김광균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의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췬양
흰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길에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는 읽어진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懷)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찬란한 의상을 하고
흰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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