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수필뜨락

뒤로가기
제목

산촌댁의 신혼일기

작성자 공병임(ip:)

작성일 2010-01-23 01:04:27

조회 123

평점 0점  

추천 추천하기

내용

 결혼하여 새댁이 된 나는 실은 밥 할 때가 되면 공연히 숙제 안한 아이처럼 안절부절을 못하였다. 결혼하기 전 분명히 요리를 잘 못한다고 말했지만 요리를 못하는 것 뿐 아니라 아주 해보지도 못한 풋내기 인 것까진 남편이 몰랐나 보다.
그런 것은 걱정 말라고 했고 자기가 음식을 잘 하니까 많이 도와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한 때문에 ,아니 이미 콩꺼풀이 씌운 사이에 요리 정도는 결혼조건에 아무런 문제가 아니므로 우린 중대한 것을 소홀히 한 채 결혼을 강행했다.
결혼하면 저절로 다 잘하게 되는 줄 알고 있을 만큼 철부지였으니 매일 국적도 없는 요리를 먹어주느라 시동생이나 남편이 곤혹스런 것은 말 할 것도 없었다.
시댁에라도 가면 으레 설거지를 도맡아 하며 간신히 명분을 세우곤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한가지 알고 있는 상식이라곤 콩나물 국 끓일 때 뚜껑 열면 비린내난다는 것 밖에 모르고 결혼을 했으니 얼마나 당찬 결정이었으랴.
친정엄마는 무슨 요리든 척척 잘하시는 젊은 맏며느리였다. 그래서 내가 부엌에 가서 무엇을 도울 양이면 겨우 마늘이나 파 담듬기 였지 아예 당신이 하시는 것이 편하다 싶어 나한테는 집안 청소나 시키곤 하셨다. 내 또래의 친구들이 초등학교 몇 학년 때 밥을 한다고 했을 때 난 도무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부엌일에 젠병 이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식탁에서 매일 새신랑의 잔소리가 시작되더니 급기야 요리를 못하는 여자는 머리도 안 좋을 거라며 은근히 구박으로 바뀌어 갔다. 음식은 못해도 좋다고 꼬드겨 결혼 하잘 때는 언제고 날마다 반찬 타박하는 신랑의 말이 서러워 눈물을 글썽이며 밥을 먹을 때도 많았다.
그 즈음 철부지 외동딸을 시집보내 놓고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았는지 친정엄마가 오신다는 연락이 왔다. 얼마나 반가운지 ,얼른 소고기를 사다가 정성을 다해 미리 양념을 해 놓고 엄마를 기다렷다. 처음으로 딸네 집에 온 친정엄마는 이것저것 살림살이를 점검하시더니 생각보다 잘하고 있는지 맘에 드신 표정이었다. 마지막으로 부엌을 돌아보시다 미리 양념한 소고기를 보더니 "돼지고기를 다 재워놨네 하시는 게 아닌가". "소고기인데" 라는 내 말에 다짜고짜 양념을 물로 씻어내며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어이구 내가 이럴 줄 알았어 " "세상에 뭘좀 배우고 시집가면 누가 붙잡나" '공부하다 말고 시집이 그리도 좋던?"
"소고기에 고추장 넣고 빨갛게 양념한 거 첨 보겠네."

첨부파일

비밀번호
수정

비밀번호 입력후 수정 혹은 삭제해주세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수정

이름

비밀번호

내용

/ byte

수정 취소
비밀번호
확인 취소
댓글 입력

이름

비밀번호

영문 대소문자/숫자/특수문자 중 2가지 이상 조합, 10자~16자

내용

/ byte

평점

회원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