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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작성자 공병임(ip:)

작성일 2016-09-01 11:06:02

조회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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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날 것 같지 않은 한여름 뙤양 볕이 상큼하고 신산한 새벽바람에 어느 샌가 꼬리를 감추었다. 간간이 바람결에 와 닫는 초가을 향기가 이제야 여름을 이긴 승리감에 젖게 한다.

배나무골 아주머니밭둑에 듬성듬성 심기운 수수목이 더 없이 정겨워 보이는 요즘 어느새 9월이다. 방학동안 키가 한 뼘이나 커 보이는 앞집 우진 이는 제법 숙녀 티가 나고 있다.

뜨거운 태양과 대지가 보이지 않는 성장과 고뇌의 시간을 주었다면 이제 가을로 접어든 지금 열매를 품으로 안아야 한다.

가을을 준비한 수첩의 메모를 넘겨보다 깊숙이 숨겨진 빛바랜 사진 한 장을 꺼내 보았다. 그 사진 속엔 지금의 나보다도 젊고 풋풋한 엄마가 쌍둥이 같은 내 남동생 둘을 다정히 보듬고 웃고 서있다. 아마도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가을운동회 날 동생들과 유치원 끝나고 온 모양이었다. 세월을 40여년 거슬러 올라 양 볼에 장난기 가득 담은 모습으로 서 있는 사진속의 얼굴은 지금 7살 조카와 많이 닮았다.

나는 그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다시 지갑 깊숙한 곳에 넣었다.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볼 수 있을 까 하여, 아니 늘 함께 있는 거라고 내 스스로 위로하고 싶어서 인지 모른다.

요즘 들어 도무지 쉽게 잠을 청할 수 없는 것은 명절을 앞두고 계신 부모님 생각 때문일 게다. 무시로 아들 생각에 목이 메시지만 명절이 다가오면 더해지는 애잔함을 어떻게 풀어내실까. 얼마나 보고 싶을 까. 자식에 대한 짝사랑은 언제쯤 끝이 나는 것일까. 꼬리를 무는 상념으로 잠을 이루지 못해 애를 쓴다.

부모님 앞에서 삼남매를 놓고 떠나야 했던 동생의 심정을 헤아려 본다. 아무리 마음을 다독여 사는 것이 다 그런 거라 초연한척 해 보지만 명절만 다가오면 더해지는 그리움들은 속절없이 선명하다.

그렇게 여름을 이기고 9월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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