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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별명은 본 넷트

작성자 공병임(ip:)

작성일 2010-01-13 22:29:49

조회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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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봄기운이 완연해 햇살이 감미롭게 가로수의 여린 잎에 내리고 있을 때 였다. 아이들이 어려서 시장도 제대로 못 가던 때인데 무슨 일로 청주의 백화점을 가게 되었었다.

개구쟁이 두녀석은 무조건 완구점 앞에서 떼를 쓰며 제맘에 드는 장난감을 달라고 보채고 아이한테 지친 난 녀석들을 데리고 백화점을 빠져 나왔다. 그때 건널목 신호등에 아주 예쁜 승용차가 멈춰 섰다 우아한 젊은 여자가 내가 즐겨듣는 가곡을 들으며 신호대기에 멈췄는데, 그때는 여성 운전자가 흔치 않던 때라 부러움 반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모습을 맘속에 넣었다.

나도 몇 연후엔 저렇게 내치를 운전해야지. 그러려면 면허를 먼저 따야하고 ,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급기야 나는 집에 오자 마자 남편을 졸라 자동차 면허를 따야겠다고 말했다.

그러저러 다시 삼사 년이 흐른 후 정말 나는 꿈에 그리던 면허증을 손에 넣게 되었다. 그렇다고 금방 차를 몰고 거리를 나설 일은 없었지만 먼 논에 벼 베기를 할 때는 슬그머니 차를 끌고 들에도 갈 만큼간이 컸다. 나를 못 믿는 남편의 자상함이랄까 아님 독재랄까 내 면허증은 녹색이 되도록 지갑에 감금당했다. 시내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는 산골의 교통을 들먹이며 또 앞으로 사업상 필요하다며 거창한 이유를 들어가며 내차를 달라고 시위했다.

어떤 날 홀아비 되는 것 같아서 싫다고 꿈적 않던 남편이 무슨 맘이 들었는지 날 불러 중고차 시장에 데리고 갔다. 기름 적게 들고 망가져도 안 아까운 아주 작은 꼬마 자동차를 골랐다. 중고 이었지만 지붕엔 스키랑 짐을 실을 수 있게 공간도 만들고 제법 깨끗이 탄 편이라 맘에 쏙 들었다. 아니 그것말고 다른 것 고를 시간이 없었다. 구경만 하고 맘이 바뀔 것 같아서 일사천리로 값을 지불하고 집으로 왔다.

남편의 거창한 설교는 이어졌다. 절대 누구 태우지 말고 .신중하게 행동하고, 운전엔 연습이 없으며...... 난 천하를 얻은 것만큼 기뻤다.

농촌의 도로들이 거의 날 위해 존재 한 것처럼 혼자 유유히 다닐 때가 더 많았다. 연습 일주일후. 주일날 새벽이었다. 교회가 멀어서 걸어서는 엄두가 안 나는 길에 난 슬그머니 차를 끌고 나섰다.

그날따라 안개가 얼마나 자욱하던지 집에서 바로 앞 도로로 나서며 커브를 돌았는데 차가 전진도 후진도 안되고 공회전만 거듭했다. 문을 열고 내리려하니 발이 첨벙 찬물에 젖는다. 자세히 살펴보니 차가 반은 수로에 걸친 거였다. 쌀쌀한 11월의 새벽공기를 젖은 발로 걸어서 새벽 예배에 참석했다. 예배가 끝난후 목사님께 말씀드려 남자 집사님 세분이 가뿐히 들어서 도로 위에 차를 올려주니 그때서야 가슴을 쓸어 내렸다.

다시 며칠이 지났는데 우리 교회 청년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초보니까 아직 누구든 태워주지 말라는 남편의 말은 잊은 채 얼른 청년을 태웠다.

그 날은 시내 주유소에 첨으로 기름을 넣으러 가는 중이었다. 주유소에 가서 기름 넣는 버튼을 눌렀는데 갑자기 본넷의 뚜껑이 힘없이 열렸다. 잉? 주유소 직원은 기름통을 열어야지요 하고 날 쳐다보고, 성구는 배를 쥐고 웃고 있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머쓱해진 내가 당당하게 한 말이었다.

그러나 문젠 다음주일 성가 연습때 였다. "자 연습 시작하지요". 하는 순간 성구가 센 발음으로 본넷트~~~~~~~~~ 하고 외치고 영문을 모르는 다른 대원들은 멍하니 나를 쳐다봤다.

곧이어 술렁거림과 키들키들 웃고 있는 학생들은 내가 연습을 많이 끌고 간다 싶으 면 본네트하고 외치는 게 아닌가

나의 초보시절 붙여진 이 별명은 꽤 오랫동안 회자되다 사라졌다.

초보란 말이 주는 신선함. 그때의 각오와 소망으로 만 산다면 인생은 살아볼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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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세상 2005.09.11-20:43 | 수정 | 삭제
지금의 차가 그때 그 차인가요
본네트는 운전이 베테랑인 사람도 주유구 대신 종종 열곤합니다.
누구나 무슨일이든 처음엔 어색하고 낮설지요
훗날 생각하면 참으로 웃음밖에 안나오지요
수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는 전도사 역활을 하고 있는 나지만
그 수많은 사람들이 귀도 귀울이지 않고 눈으로 보지도 않고 가슴으로 느끼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처음부터 낮설지 않는 일을 어떻게 시작하려고 하지 하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혼자 중얼거립니다.
반면에 산촌댁은 여느사람과 같지 않다는 생각을 첫인상에 느껴져 왔습니다.
처음만났는데 나 혼자 이야기 잔소리같은 이야기 너무 많이 했는데 단 한마디도
자르지 않고 다 들어 준 기억이 납니다.
된장 박사에게 내가 만들지도 않은 된장을 내민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그렇게 산촌댁과 마주 했네요
차 성능도 모르고 빨리 계약하고 바퀴가 빠진줄도 모르고 악세레다를 밝고 주유구를
본네트 버튼으로 대신 여는 기쁜 마음에 순진함의 극치를 보인 산촌댁은
순수 그 자체입니다.




2005.10.02-22:09 | 수정 | 삭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베테랑도 그럴때가 있나요?
고물차 대신 사로 사준 차가 지금의 비스토인데 이것 역시 난폭운전의 흔적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구만 웃음이 나는거 이거 부끄러워서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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